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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 이름의 서울 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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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문화가치연구협회 작성일21-01-12 07:39 조회1,3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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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주 (한국문화가치연구협회 이사, 리드앤리더 대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각자 여가 시간을 예년과 다르게 보냈을 것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세계문학을 읽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케이블TV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사람도 늘었다. 예전에는 여러 명이 함께 여행을 즐겼지만 이제는 혼자 길을 걷는 사람이 꽤 늘었다.

나는 평소에 조선옛길(삼남길, 평해길, 경흥길, 의주길, 영남길, 강화길), 하천길(한강지류), 서울고갯길 같은 테마를 정해 틈틈이 걸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쉽게 갈 수 있는 가까운 서울 길을 답사하는 마음으로 혼자 걸었다. 이번에 정한 테마는 사람 이름을 한 서울 길이었는데 모두 35개였다.

35개 길을 직업별로 우선 보자. (세종대로, 진흥로), 대군(양녕로, 효령로, 광평로), 조선관료(율곡로, 퇴계로, 서애로, 삼봉로, 충무로, 충정로, 다산로, 청파로, 사가정로, 난곡로, 만리재로, 하정로, 지봉로) 이름이 있고, 독립운동가(백범로, 도산대로, 김상옥로, 왕산로), 예술인(겸재로, 난계로, 고산자로, 소월로, 소파로), 체육인(손기정로), 종교인(무학로, 원효로) 이름도 찾을 수 있다.

시대별로 보면 조선 시대 인물이 아무래도 가장 많고, 근현대 인물이 뒤를 잇고, 고려(포은로, 은천로), 신라(원효로, 진흥로), 고구려(을지로) 인물도 있다. 흥미롭게도, 서울 지역이 500년 동안 한성백제 땅이었음에도 백제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사람 이름이 붙은 길은 크게 보아 두 종류다. 해당 인물이 과거에 그 지역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이름이 붙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름이 붙었다. 도로 이름에는 장소적합성이 중요하므로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효로, 포은로, 사임당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인물 중에 남성이 대부분이고 여성은 사임당로가 유일하다.

도로에 사람 이름을 넣을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해당 인물이 거기에서 태어났거나 일정 기간 살면서 의미 있는 활동을 했던 곳, 혹은 거기에서 타계했거나 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 연고가 없더라도 인물 이름을 넣으려면 특수한 당위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이나타운 중국인의 기를 누르기 위해 수나라 양제를 청천강 살수대첩에서 격파했던 을지문덕의 성을 을지로에 붙인 것은 나름 타당하다. 도로를 실제로 걸어보면 도로 인물에 대한 표석이나 안내판, 상징물이 하나도 없는 경우를 보곤 한다. 도로 이름을 그렇게 정했으면 적어도 근처 어딘가에는 흔적을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경기도에도 위인의 이름을 딴 도로들이 있다. 서희로, 최루백로, 송문주로, 양녕로, 세종로, 공양왕길, 만리길, 남이로, 사임당로, 율곡로, 권율대로, 둔촌대로, 석봉로, 이대원로, 성호로, 세자로, 정조로, 흥선로, 어재연로, 명성로, 안재홍로가 바로 그런 경우다. 2020년에 사람 이름의 서울 길을 모두 걸었으니, 내친김에 2021년에는 사람 이름의 경기도 길을 걸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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